628 < 624 Legendary Dimensional Weapon (2) >

Name:Taming Master Author:Park Taesuk
티버는 광물의 제련을 내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오늘은 해야 할 작업이 있으니, 그것부터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이안의 퀘스트 또한, 기준 시점이 자정(子正)으로 바뀌었다.

3일이라는 제한 시간이 적용되는 것도, 차원의 포탈이 닫히는 시점이 기준이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이안은 일단, A-11 섹터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미 오늘의 요새 수성 퀘스트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였지만, 앞으로의 3일을 위해서였다.

‘내일과 모레. 최소한 이틀 정도를 나 없이 버텨 내기 위해선, 오늘 최대한 많은 타워들을 건설해 둬야 해.’

요새 수성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이다.

그렇다 보니 당장 다음 연계 퀘스트가 마지막이라고 해도, 내일 이안이 자리를 비우기 위해서는 오늘 최대한 요새의 방어력을 올려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안은, 요새의 노동자(?)들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하였다.

“카윈아! 너는 데스나이트 발람이랑 같이 재료 수급하러 다녀와.”

“나 조금만 쉬었다가 가면 안 될까 형?”

“마력석 한 개 차감해도 되면 그러든가.”

“후우…… 역시 악덕 고용주……. 알겠어. 다녀올게.”

“클로반형이랑 레미르누나는 나랑 같이 이쪽 타워 건설하면 되고. 레비아님이랑 유신이는, 훈이 도와서 외벽 업그레이드 작업좀 맡아 줘요.”

“그러도록 합죠, 국왕 폐하.”

“알겠어요.”

“흐유, 정말 열두 시까지 뽕을 뽑아 먹을 생각이구나.”

길드원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언제나 그래 왔듯 이안을 열심히 도왔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안과 훈이의 요새는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완성되기 시작하였다.

땅! 땅! 땅!

드르륵, 쿵!

까가강!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연장 소리와 함께, 점점 더 그럴싸해지는 요새의 외관.

한 시간 반 정도의 주기로 계속해서 에픽 몬스터가 등장하였지만, 이제 그런 것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연계 퀘스트 첫 날에 등장하는 에픽 몬스터들의 난이도는 비슷하도록 설정되어 있는 것인지.

처음 등장했던 포악한 망령과 별 차이 없는 수준의 에픽 몬스터만 계속해서 나타났으니 말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요새로 방어해 낸 에픽 몬스터들 중, 가장 강력했던 녀석이 아이언 스웜이었을 정도.

그 때문에 유일 등급의 타워가 세 개 정도 완성되자, 에픽 몬스터들은 아예 성벽 가까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였다.

퍼펑! 펑!

콰콰콰쾅!

등장하자마자 그대로 녹아내리며, 훈이와 이안에게 달콤한 공헌도를 상납할 뿐!

-‘거대한 숲의 트롤’의 생명력이 1001만큼 감소합니다.

-‘거대한 숲의 트롤’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거대한 숲의 트롤’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비례하여, 공헌도가 145만큼 증가합니다.

-‘마력의 응집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정을 10분 정도 남겨 놓은 시간이 되자.

이안은 드디어 노동자들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마력석은 최대 공헌도에 맞춰질 만큼 나눠 드리도록 하지요.”

마치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분배하듯, 정량의 마력석을 길드원들에게 나눠 주는 이안!

그것을 받아 든 길드원들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최대 공헌도까지 달성했으니 분명 최상의 결과가 나온 건 맞는데…… 왜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거지?”

클로반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레미르가 한숨을 푹 쉬며 입을 열었다.

“오빠, 그걸 말이라고 해?”

“……?”

“오늘 우리가 얻은 공헌도는 맥시멈 1,200이지만, 아마 이안이랑 훈이가 얻은 공헌도는 두 배도 넘을걸?”

“하아…….”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카윈도, 슬쩍 끼어들어 푸념하였다.

“역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더니…….”

마지막으로 헤르스가 한마디 덧붙였다.

“일은 우리가 하고 공헌도는 국왕께서 챙기시는구먼.”

오늘 하루, 로터스의 길드원들은 대기업 월급쟁이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월급은 제법 많이 받지만, 결국 그 이상 굴러가며 오너들의 배를 불려 주는 대기업 월급쟁이는.

충분히 많은 마력 결정(?)을 지급받으며 뼈 빠지게 일한 길드원들과 너무도 닮아 있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용주인 이안은 노동자의 푸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헤르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자기 전에 길드 공지나 올려 줘.”

“공지? 무슨 공지……?”

“우리 길드에 내일 ‘정예병’ 계급 달성하는 길드원들 좀 있을 거 아니야.”

“아마 다섯 명 정도 있으려나……?”

“여튼 내일 광물 채굴 퀘스트 하게 될 길드원들, 엉뚱한 데서 힘 빼지 말고 우리 요새로 다 오라고 좀 해 줘.”

“…….”

“공헌도는 맥시멈까지 다 달성하게 해 준다고 이야기해 주고.”

이안의 말을 들은 길드원들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오늘 길드원들에게 지급한 마력석만 해도 여든네 개였는데, 내일 지급할 여분의 마력석까지 추가로 확보해 놨다는 말로 들렸으니 말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 된 레미르가, 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니, 이안이 너. 대체 마력석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오늘 나눠 준 거 제외하고 말하는 거지?”

“그래.”

“음…… 지금 세 보니까 대충 삼백 개 정도 남아 있네.”

“……뭐라고……?”

“근데 파편까지 전부 제련할 거 생각하면, 한 오백 개는 더 확보할 수 있어.”

“미친…….”

마력석은 포털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는 순간 소멸된다.

하지만 제한 시간이 있는 아이템은 아니기에, 요새의 창고에 쌓아 두면 얼마든지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레미르는 뒤로한 채, 이안은 다시 헤르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급할 마력석은 충분하니까 공지나 꼭 띄워 주고 주무셔. 오케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헤르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 그…… 그럴게. 그러지, 뭐.”

* * *

짹, 째짹!

새벽달과 별이 사라지고,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는 상쾌한 아침.

아침 열 시 정도가 되자, 한산했던 용사의 마을 공터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였다.

추가로 더 많은 유저들이 유입된 것인지, 날이 갈수록 용사의 마을은 더 북적거렸다.

“앞마당 채집 퀘스트 같이하실 분 구합니다!”

“악령의 손톱 남으시는 분, 개당 20만 골드로 사 봅니다!”

그리고 이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한 남자가 공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후우, 역시나 날이 갈수록 유저들이 급격하게 많아지네.”

뭔가 개운하지 못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는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요나스.

그가 지금 향하는 곳은, 공터의 정중앙에 있는 용사의 게시판이었다.

게시판에는 지난밤 자정까지 정산된 공헌도를 기준으로 유저들의 순위가 게시되어 있으니.

순위에 민감한 요나스로서는 매일 아침 접속하자마자 가장 먼저 게시판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헌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텐데…….’

순위를 지키지 못했을까 봐 제법 불안한 것인지, 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계속해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요나스.

‘어제 퀘스트는 실패했지만, 어차피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야. 이안이랑 간지훈이 그 두 놈이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둘도 결정 파괴 퀘스트는 클리어하지 못했다는 거지.’

마력의 결정 퀘스트는, 결코 둘이서 진행할 수 없는 퀘스트이다.

최소 다섯 명 이상의 파티원이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어떻게 클리어해 볼 수 있는 난이도였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요나스는, 어제의 퀘스트를 모두가 실패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여 새로운 유저가 치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면, 순위는 그대로 유지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으, 제발…….”

게시판의 앞에 도달하자, 자신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는 요나스.

그리고 잠시 후.

“……?”

다리에 힘이 풀린 요나스의 신형이, 순간 크게 휘청하였다.

게시판에 떠올라있는 천군 진영의 유저 순위판이, 그가 예상하였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돼……?”

지금 요나스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게시판의 정보 창에는, 다음과 같이 순위가 나열되어 있었다.

용사의 마을, ‘천군’진영 공헌도 순위

1. 간×××/달성 공헌도 : 10,758

2. 이×/달성 공헌도 : 10,525

3. 레××/달성 공헌도 : 5,025

4. 레××/달성 공헌도 : 5,019

5. 샤××/달성 공헌도 : 4,925

6. 피××/달성 공헌도 : 4,905

7. 마××××/달성 공헌도 : 4,892

……중략……

11. 카×/달성 공헌도 : 4,699

12. 요나스/달성 공헌도 : 4,698

13. 페××/달성 공헌도 : 4,692

……후략……

용사의 마을에서 연계 퀘스트를 실패하면, 바로 전 단계의 퀘스트로 획득한 공헌도가 일부 삭감되게 된다.

그 때문에 요나스는, 2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었다.

하루 차이로 쫓아온 랭커들 중, 채굴 퀘스트에서 높은 공헌도를 기록한 유저가 두어 명 정도는 있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신은 몇백의 공헌도를 삭감당하고 후발 주자들이 최대치의 공헌도를 획득한다면.

약간의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요나스의 눈앞에 펼쳐진 순위표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것이었다.

정말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었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못해도 5위 안에 들어 있을 줄 알았던 자신의 순위는 12위까지 밀려 내려가 있었으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1, 2위와의 격차는 두 배도 넘게 벌어져 있었다.

요나스의 상식상으로는 버그 플레이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런 무지막지한 공헌도가 표기되어 있는 것이다.

‘이건 분명히 간지훈이, 그리고 이안인데…….’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한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천장을 뚫고 날아가 버린 훈이와 이안의 공헌도.

그 덕분에 요나스는, 어제까지만 해도 활활 불타오르던 의욕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 *

한편, 퀭한 눈으로 절망하고 있는 요나스와 달리.

오랜만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 이안은, 개운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다 못해 어마어마한 수준의 공헌도까지 확보하였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요새 증축 연계 퀘스트는 이삼일쯤 더 지속될 것 같으니……. 가능하면 오늘 내로 재료를 전부 다 구해야겠어.’

이안이 구하려는 재료는, 당연히 ‘전설의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재료를 말함이었다.

마력의 응집체와 만년빙결(萬年氷結), 그리고 프릭스의 검 설계 도안.

그런데 사실상 이안이 구해야 하는 재료는, 세 개가 아닌 두 개였다.

티버가 한계 이상의 불을 피워 내기 위해 필요하다 했던 ‘마력의 응집체’ 아이템은.

이미 너댓 개 이상 인벤토리에 확보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마력의 응집체야 에픽 몬스터 잡을 때마다 하나씩 나오니 남아도는 자원이지, 뭐…….’

그리고 남아 있는 두 가지의 재료 중 만년빙결 또한, 그리 구하기 힘들 것 같지 않았다.

차원의 숲 정중앙에는, 거인이 잠들어 있다는 거대한 설산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티버의 말에 의하면, 이 설산의 꼭대기에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녹지 않았던 ‘만년빙결’이 널려 있다고 하였으니 말이다.

평범한 채집 퀘스트를 진행하듯 플레이하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아이템이 만년빙결인 것.

결과적으로 이안이 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전설의 검이라는 ‘프릭스의 검’ 설계 도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안만 오늘 안으로 구하면 성공이야. 만년빙결이야 사실 건설자재 채집할 겸해서 같이 구하면 되니까.’

하여 지금 이안이 향하는 곳은, 용사의 마을 동쪽에 있는 커다란 병영(兵營).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안이 향하는 곳은 병영 안에 있는 장군의 막사였다.

티버는 ‘장군’급 이상의 NPC를 찾아가면 ‘프릭스의 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고.

동쪽의 병영에는, 이안과 가장 친밀도가 높은 NPC 중 하나인, ‘백룡수호대장(白龍守戶大丈) 카미레스’의 막사가 있었으니 말이다.